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42) 간장게장은 사랑이다
안도현(安度昡, 1961~ ) 시인의 < 스며드는 것 > 이라는 제목의 시(詩)가 있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바닷물보다 더 짜고 더 어두운 간장에 온몸이 담가질 때, 살려고 버둥거리다 점점 자기 몸에 스며드는 간장 물에 도저히 버틸 방법이 없자, 엄마 꽃게는 마지막으로 뱃 속의 알들에게 작별의 말을 한다.
"아가들아,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모성애(母性愛)를 아주 잘 보여주는 시(詩)라고 생각한다. 꽃게가 사람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엄마의 사랑을 설명해서 무엇하랴. 엄마는 그냥 사랑이다.
제주도 연안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줄도화돔(Half-lined cardinalfish)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지만, 가만히 관찰해 보면 암수 한 쌍이 각각 짝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줄도화돔은 특이한 부화(hatch) 방법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부성애(父性愛)가 강한 물고기로 유명하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알을 입속에 머금은 후 부화시킨다. 그리고 알에서 부화한 후에도 독립하여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 치어(稚魚)들을 입안에 머금으며 천적(天敵)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정란과 치어들에게 신선한 물과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이따금 입을 뻐끔거릴 뿐 수컷은 먹이를 전혀 먹지 않는다.
치어들이 성장해서 수컷의 입을 떠나고 나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수컷은 점점 쇠잔해지고,
더러는 기력을 다 잃어 죽기도 한다. 죽음이 두려우면 입안에 있는 알들을 그냥 뱉으면 그만이지만, 수컷은 죽음을 뛰어넘어 자식을 향한 사랑을 선택한다. 이것이 아빠 줄도화돔의 사랑이다.
사랑, 참으로 가슴 먹먹한(heart-rending) 단어다. 옛 속담에 < 아이에게는 흉년이 없다 > 는 말이 있다. 부모는 자신이 아무리 굶주리더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자식들은 굶주리지 않게 한다는 뜻이다. 부모의 사랑이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나는 1988년 서울올림픽(Seoul Olympic)이 개최되던 해 5월에 군대에 입대했다. 의정부 306보충대를 거쳐, 강원도 철원 보병 6사단 청성부대에 배치받았다. 6주 동안 군사훈련을 받고 퇴소하는 날, 부모님들을 모시고 퇴소식(退所式)을 가졌다. 총검술, 벽돌격파, 태권도 시범 등등 많은 볼거리를 준비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짜여진 연출에 따른 하나의 쇼(show)였다. 부모님들 입장에선 우리 아들이 이렇게 늠름한 군인이 되었다며 뿌듯해 하셨겠지만, 결국은 쇼(show)였다. 일종의 퍼포먼스(performance)였다.
우리 부모님은 전남 함평의 고향 마을에서 읍내로, 읍내에서 광주로, 그리고 광주에서 서울로, 서울의 한 여관에서 1박 하시고, 다음날 첫 차 버스로 강원도 철원으로 와서, 다시 택시를 타고 신병교육대로 오셨다. 무려 대 여섯 번 환승하고 오셨다. 수 백명의 내빈들 가운데 우리 부모님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 또한 아들을 대견스러워 하셨다. 어머니는 음식을 바리바리 준비해 오셨다. 그리고 그 먼 길을 1박 2일에 걸쳐서 찾아오신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뭉클한 순간이었다. 나중에 첫 휴가 나가면 내려갈텐데 굳이 그 힘든 길을 오신 것이다. 이것이 부모의 사랑이란 걸 그때 알았다. 이후 삼십 년도 더 훌쩍 지난 지금 내 아들이 군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불편함까지도 즐긴다는 걸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는다. 그리고 내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서 우리 부모님은 그리움만 남긴 채 차례대로 천국에 들어가셨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수백 번 말씀하신다. 그리고 우리 죄를 대신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우리의 죄 값을 치르셨다고 말씀한다. 우리에게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선택받은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로마서 5:8)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로마서 8:32)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
(로마서 8:38-39)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하나님의 사람 다니엘이 미움과 모함을 받아 사자굴에 던져졌다. 장난감 사자가 아닌, 굶겨서 눈에 뵈는게 없는 침 뚝뚝 흘리는 그 사자 굴 속에 던져진 것이다. 상식적으로 다니엘은 이제 끝이다. 내일 아침이면 뼈만 수습될 것이다. 그러나 밤새도록 다니엘은 털끝 하나 상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사자의 입을 틀어 막으셨기 때문이다. 사자의 평생에 지난 밤처럼 입맛이 없고, 헛 배가 부른 적은 없었을 것이다. 결론은 하나님이 지키신 것이다.
(다니엘 6:16a, 22) '이에 왕이 명령하매 다니엘을 끌어다가 사자 굴에 던져 넣는지라....나의 하나님이 이미 그의 천사를 보내어 사자들의 입을 봉하셨으므로 사자들이 나를 상해하지 못하였사오니 이는 나의 무죄함이 그 앞에 명백함이오며 또 왕이여 나는 왕에게도 해를 끼치지 아니하였나이다 하니라'
하나님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으면 우리는 돌봄을 받고, 자유함이 있고, 삶을 누리고, 세상에서 머리가 된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 값진 진주(pearl) 보다 더 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요한복음 15: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