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45) 연어는 쉬운 삶을 꿈꾸지 않는다
안도현(安度昡, 1961~) 작가(시인)가 쓴 어른들 동화 < 연어 > (1996)가 있다. 1996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다음은 동화 < 연어(鰱魚) >의 줄거리다.
" 몸이 온통 은빛으로 빛나는 연어 한 마리가 있다. 이 연어(Salmon, 새먼)는 아름다운 은빛 몸을 가졌지만 다른 연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bullying)을 당한다. 그래서 무리 가운데 있으면서도 은빛 연어는 늘 외로웠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초록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험난한 바다를 가로지른다. 그 과정에서 유일하게 그를 사랑해주던 누나를 천적에게 잃고 만다. 누나 연어의 죽음이 그에게는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은빛 연어는 초록강으로 가는 길을 멈추지 않는다.
그 길에서 은빛 연어는 다양한 모습을 한 친구들, 곧 '턱 큰 연어' '빼빼 마른 연어' '족집게 연어' '등 굽은 연어'등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제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은빛 연어는 희망을 갖고 물살을 계속 거슬러 올라간다. 그 길에서 '눈 맑은 연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눈 맑은 연어' 와의 사랑이 은빛 연어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
드디어 초록강에 도착한 은빛 연어는 두려움 없이 폭포로 뛰어든다. 연어에게는 연어의 길이 있는 것이니까. 힘겹게 초록강을 거슬러 오르며 연어의 삶을 다한 은빛 연어는 초록강 상류에 알을 낳고 눈 맑은 연어와 함께 조용히 눈을 감는다..... "
연어는 대표적인 모천회귀성(母川回歸性) 어류이다. 즉, 자신이 태어난 강(江)을 다시 찾아가서 산란(産卵)하는 물고기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치어(稚魚)로 성장하다 큰 바다로 나간 연어가 4~5년이 지난 후에 다시 정확하게 자기의 고향으로 찾아오는 비결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뚜렷한 답을 찾진 못했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약 6개월 정도를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자란다. 그때 고향의 물맛과 냄새를 기억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생을 바다에서 보낸 다음 다시 고향을 찾아갈 때 그 기억을 되살린다고 한다.
연어의 또하나의 신비한 점은 산란 직후 모두 죽는다는 것이다. 연어는 강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일체 먹이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 부화된 새끼들이 부모의 살을 뜯어 먹으며 성장한다고 한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연어는 소하(溯河: 물고기가 산란을 위하여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의 과정에서 극심한 체력소모로 인하여 면역체계가 붕괴되기 때문에 죽는다고 한다. 연어의 점프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처절한 몸짓인 것이다.
우리가 아는대로 연어는 "귀리, 블루베리, 녹차, 마늘, 토마토, 브로콜리, 아몬드 ,적포도주, 시금치" 등과 함께 세계 10대 슈퍼 푸드이다. 슈퍼푸드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고 콜레스테롤이 적은 식품, 인체에 쌓인 독소를 해독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식품,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노화를 억제시키는 식품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식품을 말한다.
안도현 시인의 < 연어 > 라는 제목의 시도 있다.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제 곧 마른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빛들이 오랜만에 나를 포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밤을 밝히리라”
그렇다. 연어는 결코 쉬운 삶을 꿈꾸지 않는다. 먼 바다에서부터 고향 강물에 돌아오기까지 수많은 천적들의 눈을 피해 전진해야 한다. 그리고 힘이 거의 소진될 즈음 강 입구에 도착해 작은 폭포 여럿을 뛰어 올라야 한다. 연어에게 있어 점프는 젖먹던 힘까지 써야 하는 몸부림이다. 그래야 자기가 태어난 고향 물길에 도달한다. 참 고단한 여정이지만 모든 연어는 그 길을 즐거워한다. 그리고 고향에서 생을 마감한다.
신약성경 서두에 세례요한(John the Baptist)의 이야기가 있다. 성경은 그가 광야에 살았고, 메뚜기와 석청이 그의 음식이었다고 말씀한다. 요한은 스스로 광야(사막)에 들어가 수도자가 되었다.
(마태복음 3:1,4) ' 그 때에 세례 요한이 이르러 유대 광야에서 전파하여 말하되....이 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음식은 메뚜기와 석청이었더라'
세례요한의 부모는 제사장(priest) 가문 출신들이다. 당시 유대사회에서 신망(信望)이 있고 비교적 안정된 신분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요한은 일찌기 부모를 여의었고 수도자로서 살기 위해 광야로 들어간다.
(누가복음 1:5) '유대 왕 헤롯 때에 아비야 반열에 제사장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은 사가랴요 그의 아내는 아론의 자손이니 이름은 엘리사벳이라'
(누가복음 1:80) '아이가 자라며 심령이 강하여지며 이스라엘에게 나타나는 날까지 빈 들에 있으니라'
구약성경 신명기 법전에 제사장의 수입원에 관한 규정에는 제사장들의 역할을 불문하고 성전에 바쳐진 제물과 십일조에 의존해서 살아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직자들이 지나치게 재물을 축적하거나 혹은 극빈의 기초생활이 보장되지 못하는 양극의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다시말해 부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생활수준을 보장하게 한 것이다.
(신명기 18:1) '레위 사람 제사장과 레위의 온 지파는 이스라엘 중에 분깃도 없고 기업도 없을지니 그들은 여호와의 화제물과 그 기업을 먹을 것이라'
하지만 세례요한은 제사장직을 상속받아 이런 보장된 삶을 살기를 포기하고 광야로 들어가 수도자가 된다. 제사장직을 세습받으면 쉽게 살아갈 수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는 세례자 요한으로, 또 선지자로서 살아간다(말4:5-6).
(누가복음 1:16-17)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그들의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하겠음이라 그가 또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주 앞에 먼저 와서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거스르는 자를 의인의 슬기에 돌아오게 하고 주를 위하여 세운 백성을 준비하리라'
세례요한은 쉬운 삶을 추구하지 않았다. 힘들고 어렵지만 사명의 길을 선택했다. 사람을 살리는 길을 선택했다. 나를 위한 쉬운 길이 아닌 하나님과 많은 사람을 위한 공익(公益)의 길을 자처했다. 우리 또한 그러해야 하리라. 그에 대한 성경의 평가는 이렇다.
(마태복음 11:1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세례 요한보다 큰 이가 일어남이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