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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동아줄을 붙잡지 말라

문학n천국 2024. 11. 6. 08:43

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49) 썩은 동아줄(rope)을 붙잡지 말라

우리 전래동화(傳來童話) 가운데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해님달님) >가 있다. 이 동화는 소설가 주요섭(朱耀燮, 1902-1972)에 의해 1922년 잡지 <개벽>에 처음 소개되었다.

[아주 먼 옛날, 어느 마을에 어머니와 두 남매가 살고 있었다. 세 식구는 행복했지만 가난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옆 마을로 일을 하러 갔다.
"애들아, 오늘은 엄마가 맛있는 떡을 가지고 올 테니, 문 단속 잘하고 사이좋게 놀고 있거라."
 
저녁 때가 되자 어머니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두운 산 속 길에서 갑자기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와 마주쳤다. 호랑이는 어머니의 손에 들려 있는 떡을 빼앗아 먹었다. 그리고 떡을 다 먹은 호랑이는 그것도 모자라 어머니까지 잡아 먹었다.
 
호랑이는 죽은 어머니의 옷을 걸쳐 입은 후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갔다. 어머니가 죽은 줄 모르는 두 남매는 이제나 저제나 어머니가 오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달그닥거리며 문고리를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애들아, 엄마가 왔다. 문 열어라."
그런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많이 이상했다.
오빠는 의심하며 말했다.
"엄마인지 아닌지 문 틈으로 손을 내밀어 보세요."
그런데 문 틈으로 보인 손은 뾰족한 발톱에 털이 덥수룩한 호랑이 손이었다.
 
깜짝놀란 남매는 뒷문으로 도망을 쳤다. 그리고 재빨리 우물 옆에 있는 큰 나무 위로 올라갔다. 아이들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호랑이는 우물 속에 비친 오누이를 발견했다.
 "애들아, 너희들 그 우물 속에는 어떻게 들어 갔니?"
어리석은 호랑이는 오누이가 우물 안에 들어간 줄로 알았다. 여동생은 호랑이의 어리석음에 깔깔 웃고 말았다.

호랑이는 약이 올랐다.
"애들아! 그 높은 나무 위에는 어떻게 올라갔니?"  "참기름 바르고 올라왔지."
호랑이는 오빠의 말대로 참기름을 바르고 나무에 오르려고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미끄러질 뿐이었다.
 
여동생은 호랑이가 한심해 보였다.
"에이 저 바보, 도끼로 찍고 오면 될텐데..."
이 말을 들은 호랑이는 도끼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한 발 한 발 찍으며 가까이 올라왔다.. 겁에 질린 남매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저희를 죽이시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살리려거든 튼튼한 동아줄을 내려 주세요."
그렇게 해서 남매는 하늘에서 내려온 튼튼한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호랑이도 아이들을 따라 하나님께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썩은 동아줄이 내려왔다. 결국 호랑이는 줄이 끊어져서 수수밭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수숫대에 빨간 얼룩이 있는 것은 그때 묻은 호랑이의 피 때문이다.
 
하늘로 올라간 남매에게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는 해와 달이 되어서 세상을 밝게 비추도록 하여라"  그리하여 두 남매는 해와 달이 되었다] 는 것이 동화의 줄거리다.


난 초등학교 시절 이 동화를 읽고 착하게 살기로 다짐했었다. 그리고 거의 5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 동화를 다시 읽고 나서 어린 시절과 전혀 다른 의미를 발견했다. "단순히 착하게 사는 것 보다 내가 누구의 손을 잡고 사느냐가 중요하다" 는 것이다. 땅을 바라보는 인생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는 인생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다. 우리에게 항상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주시는 하나님이 하늘에 계시기 때문이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89-1955)은 노년에 < 나의 부고 > 라는 짤막한 글을 쓰면서 아버지가 나침반을 처음 보여 주었던 때를 회상한다. 어느 쪽으로 돌려도 나침반의 바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 모습이 어린 아인슈타인의 눈에는 무척 신기하게 보였다. 이것은 그가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적었다.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그 경험은 내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사물의 이면에는 반드시 깊숙히 감춰진 무언가가 있다".

과학적으로 지구는 마치 거대한 자석이 지구 내부에 있는 것과 같은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이를 '지구 자기장'이라고 하는데, 지구의 지리적인 북쪽의 자석이 S극에 해당하고 지리적인 남쪽의 자석이 N극에 해당된다.

따라서 나침반의 N극이 지구의 북쪽을 항상 가리키는 것이다. 같은 극은 서로 밀어내고 다른 극은 서로 당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구가 하나의 커다란 자석의 역할을 하는 이유는 바로 지구 내부에 있는 엄청나게 많은 금속때문이다. 

그렇다. 나침반의 바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듯이 우리의 시선도 항상 한 방향, 곧 하나님께 향해야 한다. 우리의 시선의 흐트러짐은 곧 불신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나침반을 보면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교훈이다.

구약성경에 욥(job)이라는 인물이 있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인물이다. 그는 당대에 가장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를 아는 모든 이들이 그를 공경했다. 고위 관리들도 그의 앞에서 말을 삼가했다. 두려울 게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또한 하나님께서도 그를 인정하실만큼 흠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삶이 곤두박질 하게 되는데 바로 사탄의 모함때문이다. 사탄은 그가 누리고 있는 모든 복을 파괴한다면 분명 하나님을 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욥기 29:8-10) '나를 보고 젊은이들은 숨으며 노인들은 일어나서 서며 유지들은 말을 삼가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지도자들은 말소리를 낮추었으니 그들의 혀가 입천장에 붙었느니라'

(욥기 1:8, 11) '여호와께서 사탄에게 이르시되 네가 내 종 욥을 주의하여 보았느냐 그와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는 세상에 없느니라....이제 주의 손을 펴서 그의 모든 소유물을 치소서 그리하시면 틀림없이 주를 향하여 욕하지 않겠나이까'

하나님께서 사탄에게 욥의 신앙을 증명해 보이고자 하셨다. 사탄의 요구대로 욥의 모든 소유물과 자녀들을 파괴하기를 허락하셨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악(惡)을 옹호하신 것이 아니다. 욥을 하늘에 별과 같이 빛나게 하시기 위함이었다. 시험이 끝난 뒤 욥에게 이전보다 갑절의 복을 주시고, 장수의 복을 주심으로 욥을 크게 높여 주셨다(욥42:10-17).

욥은 흔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빼앗긴 순간에도 하나님을 찬송했다. 이것이 욥의 승리의 비결이다. 오늘 우리도 하나님을 바라보고, 붙잡은 하나님의 손을 놓지 않으면 욥처럼 승리할 수 있다. 세상의 권력과 보화는 썩은 동아줄이다. 한순간에 나락(奈落)으로 떨어뜨리는 것들이다.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를 살리시는 구원의 동아줄이 되심을 기억해야 한다.

(욥기 1:21-22)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 이 모든 일에 욥이 범죄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지 아니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