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목사의 인생에세이
{ 한 문장으로 하루를 살아가기 (Live with one sentence a day) }
(53)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되라
남극의 얼음 위에서 무리지어 생활하는 펭귄들은 먹이를 구하러 바다에 뛰어 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바다표범 같은 바다의 포식자들로인해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이때 가장 먼저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이 안심하고 뛰어들도록 이끄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이라고 부른다. 남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당황할 때 과감히 결행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남극의 극한의 환경 속에서 새끼들과 알을 보존하면서 황제펭귄이 살아남는 방법은 ‘허들링(huddling)’이다. 허들링이란 추운 바람으로부터 열의 손실을 막아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원형으로 겹겹이 서서, 서로에게 꼭 붙어 기대는 것을 말한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찾아오면 황제펭귄들은 서식지 중앙에 모인다. 서로 몸을 밀착시키고 촘촘히 포개 원을 만든다. 안쪽 대열의 펭귄은 바깥에 있는 펭귄들이 눈폭풍을 막아줘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바깥쪽 대열의 펭귄들은 영하 40도가 넘는 눈폭풍을 견디면서 체온이 떨어지고 지친다. 이때 안쪽 대열에 있던 펭귄들이 맨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과 자리를 바꾸어 서로 체온을 유지한다. 펭귄들은 4개월 동안 쉼 없이 서로를 품어 주면서 극심한 추위를 이겨내는 것이다.
폥귄들의 이런 생존 전략을 보면 경외감마저 든다. 결코 자기만의 이익이나 편리만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동체를 지키는 그들의 생존방식이 우리에게 도전을 주고 있다고 본다. 서로 물고 뜯는 인간 세상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1961~)의 책 <상상력 사전(imagination prior) >에 ‘침팬지들을 상대로 한 실험’이 있다.
‘원숭이 다섯 마리를 한 우리에 집어넣는다. 우리의 천장에는 바나나가 매달려 있고, 그 아래에는 사다리가 놓여 있다. 원숭이 한 마리가 바나나를 따먹기 위해 사다리를 올라가면, 천장에서 찬물이 쏟아져서 모두가 찬물을 뒤집어 쓰게 된다.
이렇게 몇 번에 걸쳐 원숭이들의 시도를 무산시키면 원숭이들은 더이상 사다리에 오르려고 하지 않는다. 다시 사다리에 오르려고 하는 원숭이가 나오더라도 다른 원숭이들이 모두 이 원숭이를 끌어내린다. 왜냐하면 이 무모한 원숭이 때문에 자기들 모두가 찬물 세례를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제 원숭이 세계에 하나의 규범이 생겼다. 다섯 마리 원숭이는 우리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무언의 합의를 이룬 것이다.’
원숭이들의 실험에서도 보듯이 동물들도 공익(公益)에 반하는 행동은 서로 억제시킨다. 그들도 나름의 규범을 세워 공동체를 지키려 한다.
아산(峨山) 고(故) 정주영(鄭周永, 1915-2001) 현대그룹 창업자가 현대중공업을 탄생시키는 과정(1970-1972년)에서 만들어진 유명한 일화는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다. 다소 각색되고 미화된 부분이 있지만 그 내용은 이렇다.
아산 정주영이 조선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돈을 빌리러 영국의 바클레이스 은행을 찾았는데 은행 측에서 거절하자 정주영은 은행의 담당 임원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이면서 한국이 영국보다 철선을 훨씬 먼저 건조한 나라임을 설명해, 그 임원을 설득했고 차관(借款)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소가 지어지면 만들게 될 배를 사줄 사람을 찾다가 그리스의 한 선주를 만나 울산 미포만의 백사장 사진을 보여주고 배 주문을 받아냈다고도 한다. 고 정주영 회장은 조선업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조선업 강국의 길을 연 인물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 일본과 함께 세계 최대 조선 강국이다.
또한 1968년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던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위임받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서울~부산 15시간이던 소요시간을 4시간 30분 시대로 단축했다.
이처럼 우리는 길을 만드는 사람이어야 하고, 모두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혼란스러워 할 때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곧 퍼스트 펭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몽골의 명장 툰엔쿠크(暾欲谷, 646-726)는 말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 그러나 길을 만드는 자는 흥한다" (He who builds castles is doomed. But he who makes his way thrives)
(히브리서 12:12-13) '그러므로 피곤한 손과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너희 발을 위하여 곧은 길을 만들어 저는 다리로 하여금 어그러지지 않고 고침을 받게 하라'
(이사야 40:3-4) '외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언덕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아니한 곳이 평탄하게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
신약성경의 인물 가운데 세례요한(John the Baptist)이 있다. 세례요한은 한마디로 '예수님의 길을 예비한 사람'으로 정의된다. 그는 유대광야에 살았고, 낙타 털옷을 입고, 메뚜기와 석청이 그의 음식이었다. 그는 죄에 대한 회개를 외쳤고,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다.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이런 일을 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주목받았고, 헤롯왕에 의해 목베임을 당했다(마14:10).
(마태복음 3:1-2,4) '그 때에 세례 요한이 이르러 유대 광야에서 전파하여 말하되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하였으니...이 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음식은 메뚜기와 석청이었더라'
세례요한은 예수님의 사역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보면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사역일 수도 있었다. 세상 임금인 헤롯왕을 비판하고 예수님이 참 임금이라고 선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사역으로 인해 메시야로서의 예수님의 정체성은 더욱 분명하게 선포되었다. 과연 그는 예수님의 길을 예비한 사람이었다.
오늘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 누구에게 우리의 삶이 귀속(歸屬)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성이 정해졌다면 그 길의 선두에 서서 나아가야 한다.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되는 것이다. 그 길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빌립보서 1:20)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지금도 전과 같이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나니'